2024년 하반기는 관성적으로 해오던 것들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도 좋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지만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바꾸기 위해 준비했고 연초인 지금은 바꾸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이직
1년 7개월 근무했던 F-Lab에서 퇴사를 했습니다.
정확히는 여러 지점에서 욕심과 갈증이 나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새로운 팀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욕심과 갈증
F-Lab은 원 팀으로, 기민하게,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나와 팀원들, 그리고 (제가 감히 느끼기에) 팀원끼리도 사람에게 오는 스트레스 없이 일에 집중할 수 있고, 그 일의 진척이 모든 방면에서 투명하게 공유되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발자 교육 도메인을 다루는 곳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것은 개발 이외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사업에 기여하며 인정받을 수 있는, 인정욕이 있는 저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회사였어요.
하지만 조금 더 큰 문제를, 많은 사람에게 닿는 문제를,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풀고 싶은 욕심이 ‘유난한 도전’을 읽으며 제 마음속에 자리 잡았어요.
위 책을 읽기 전에도, 소년물을 좋아하는 저에게 도전, 패배, 성장, 증명, 낭만과 같은 가치는 당연하게도 높은 우선순위에 있지 않았나 모르겠어요.
프론트엔드 개발을 담당하는 유일한 팀원인 것에도 갈증이 지속적으로 있었는데요.
저를 포함해 2명이던 시절이 더 재미있게 일했던, 성장에도 유리한 환경이었다고 기억됩니다.
회사는 직원의 성장을 위한 곳이 아님을 알고, 사용자(고용주)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곳임을 알지만 성장에 유리한 환경에 스스로를 놓고 싶은 욕심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어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에게 닿는 문제를 해결하며, 개발 팀 규모가 2명 이상인 팀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친한 동료분들과 이별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서로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관계를 만들 수 있었음에 기뻤습니다.
새롭게 합류한 팀에서도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내어 배의 속도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노를 젓고 싶어요.
독립
저는 고등학교 3년 기숙사 생활과 군대 2년을 제외하고 계속 부모님과 수원에 위치한 본가에서 살았어요.
1시간 30분, 때로는 2시간이 걸리는 위치의 대학교와 회사 모두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태워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일에는 본업과 운동 외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고, 금요일은 체력이 부족해 일찍 잠에 들 수 밖에 없었어요.
‘이직 = 독립 트리거’라는 공식을, 이직한 곳에서 더 많은 시간과 체력을 사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생각해 왔었고, 이를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생각해 왔지만, 막상 독립하게 되니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 점이 많습니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은 ‘휴식’의 정의가 살짝 달라진 것인데요.
기존의 휴식은 대부분이 운동 혹은 누워있는 것이었으면, 현재의 휴식은 운동 혹은 집안일인 것입니다.
아직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그런지 ‘납득 가능한 더러움’이 엄격한 수준이라 생각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집안일이 조금씩 계속해 있는 것이 아직은 낯서네요. 원래 이런 것인지는 더 살아봐야 알 것 같습니다.
아무튼 위치가 서울이다 보니, 최소 1시간 30분이 걸리던 곳이 30분 혹은 그 미만으로 도착하게 될 때는 짜릿합니다.
학습
어느새 관성이 되어버린 스터디에 더해 올해에는 한 가지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어요.
토스 엑셀러레이터
토스 엑셀러레이터는 토스 프론트엔드 리더분께서 멘토가 되어 1 대 3의 형태로 학습을 진행하는 4주의 과정이에요.
현실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들과 개발자로서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경험으로 기억에 남았어요.
아직도 배울 것은 너무나 많지만, 자신감을 얻음과 동시에 건강한 자극도 받을 수 있었던 경험이었어요.
스터디
개발 서적을 이용해 스터디를 진행하는 그룹을 어쩌다 보니 약 2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어요.
기존에 함께 하시던 분들이 열정적이시기도 하고, 새로운 분들도 추천으로 조금씩 수혈되어 너무나 좋은, 건강한, 재미있는 모임이 되어 가고 있어요.
이직한 이후에는 적응하기에 급급해 스터디에는 참여하고 있진 못하지만, 지속적으로 정보들이 공유되는 채널과 사람들에 속해 있음에 감사하고 있어요.
멘토링
배울게 너무도 많은 저이지만, 개발자를 희망하시는 대학생분들에게 멘토링을 할 기회가 올해에는 많이 찾아왔었어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엑스퍼트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라는 과정의 연수생으로 참여한 이후부터 관성적으로 진행하던 활동이에요.
3인 팀에 할당되어 개발에 대한 멘토링부터 연수 생활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 취직에 대한 노하우 전수 등 연수생분들의 바람에 따라 진행하는 활동인데, 올해에는 작년과 달리 짧은 기간 동안만 함께하여 큰 기억에 남진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효능감은 또렷이 기억나요.
큐시즘
한국대학생IT경영학회인 큐시즘에서는 보다 많은 대학생분들을 뵐 수 있었는데,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2명이 속한 팀을 7개 보았으니, 총 14분에게 프로젝트 코드 리뷰와 최종 발표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어요.
기술적인 피드백이 잦게 오고 가진 못했지만, 많은 부분에서 도와드리고자 노력했고 제 노력이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낙관적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거기에다가 제가 대학생 때 책을 가까이했었으면 좋았겠다 뼈저리게 생각했기에 독서 스터디도 하나 만들어 운영했는데요.
온라인으로 이루어진 기술적 피드백보다, 오프라인으로 자주 만나 책에 대한 내용과 제 생각을 공유했기에 더 피부에 와닿는 회고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현생이 바쁘다는 핑계로 많이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스터디원분들 모두 긍정적인 회고를 남겨주셨고 현재는 스스로 독서 스터디를 진행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아 많이 뿌듯했던 경험으로 남아있어요.
졸업자 발표
저는 대학교에 다닐 때 TA를 했는데, 그때 당시에 가까워진 교수님과 아직도 종종 연락하곤 해요.
올해에는 학과 워크샵 행사에서 졸업자 초청 강연을 진행한다고 말씀해 주셨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는 졸업자가 필요해 저에게 연락을 해주셨어요.
어떤 내용이 도움이 될까 고심하다 재학 중에 후배들에게 발표했던 내용에 더해, 제가 학생 시절에 알지 못했던 그리고 누구에게 물어보기 힘들지만 궁금했던 내용들을 많이 채워 넣으려 노력했어요.
피드백을 듣지는 못해 어떤 경험으로 남았나 모르지만, 발표 이후에 많은 분들이 질문해 주셔서 흥미를 돋울 순 있지 않았나 기억돼요.
운동
자고, 일하는 시간 외에는 주로 달리면서 2024년을 보냈어요.
풀코스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에 이것만을 바라보며 (지독하게 못 달리지만) 부업 마라토너인 것처럼 훈련했어요.
훈련을 계속하며 구력이 늘어남에 따라 10키로, 하프, 풀코스 모두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해였지만 9월에 뛰었던 훗카이도 마라톤에서 DNF(Did not finish), 실패를 경험했어요.
첫 풀코스 마라톤은 4월에 이미 달성을 했다는 심리적 안도감, 30도에 가까운 기온이라는 절대적 난점 그리고 여름에 뛰는 것이 힘들어 훈련을 하지 못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으로 생각돼요.
첫 해외 마라톤이 DNF로 남아 아쉽지만, 11월 JTBC 마라톤에서 이전 기록보다 20분 단축시킨 기록을 달성해 일부 복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당시에는 다시는 여름 마라톤을 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완주를 못했다는 아쉬움이 한 켠에는 남아 있어 언젠가는 제대로 된 복수전을 치르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 주위 사람들에게 늘 말하는 좋은 점은, 명상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요.
달리는 도중에는 당장 마주한 숨이 헐떡이는 힘듦 덕분에 일상에서 오는 걱정과 근심에서 멀어질 수 있는 것, 천천히 달릴 때에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등 여러 책에서 말하는 명상의 역할을 저에게는 달리기가 대신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로 몰입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는 것, 과학적으로 몸과 두뇌에 도움이 되는 것 등 많은 이점이 있어 계속하고 싶은 취미로 남아 있어요.
독서
우연히도 상반기에 10권, 하반기에 10권씩 총 20권을 읽는 해였어요.
만족스러운 양은 아니지만 두꺼워 기피하던 책들을, 취향을 뾰족하게 만들 수 있는 책들을 읽은 부분들은 만족스러워요.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SF 소설인 ‘삼체’, 많은 영감을 얻은 것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입니다.
SF, 소설가 모두 실제 제 삶과는 거리가 멀지만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었기 때문에 재미있고 영감 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위 20권에 포함되지 않고 지금 읽고 있는 ‘타이탄의 도구들’인데요.
책에서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행동들을 보고 몇 가지 취사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이부자리를 정돈하는 것, 찬물 샤워를 하는 것, 감사 일기를 작성하는 것 등이 있는데요.
아침부터 성공적인 마인드로 시작할 수 있고, 건강한 도파민을 충전할 수 있고, 매사에 감사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좋은 점을 체감하고 있어요.
재미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본 내용을 기반으로 몇 가지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를 개발했는데요.
하나는 남은 인생의 시간을 보여주는 크롬 익스텐션이고,
하나는 내가 작성했던 감사 일기 중 한 개를 하루에 한 번 이메일로 보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남은 시간을 볼 때마다 더 목표 지향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작성했던 감사 일기를 돌이켜보면 행복감이 오른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어요.
이 두 프로젝트를 개발할 때는 회사에서 하는 개발과는 다른 종류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가 뜰 때까지 개발하는, 심장이 뛰는 듯한 재미를 오랜만에 느꼈어요.
이전에도 했던 생각인, '나는 내가 쓰는 것을 만들 때 제일 재미있구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라 공유하고 싶어요.
목표 그리고 마치며
지인과 인생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눌 시간이 있었는데요.
제 목표는 이력서에 적힌 것처럼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에요.
이를 위한 단계적인 목표로 멋진 사람, 인간적인 성장 등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나눈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제 목표는 추상적이면서 타인이 결정하는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되었어요.
제 방어기제가 이타주의인지, (그러고 싶진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인지, 아직 나를 잘 모르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계속 타인 위주의 삶을 살아가 보려 해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며 이타주의적으로 행동할 때, 본인의 행복감 또한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 제가 더 행복해질 길이라고 믿으며, 감사와 사랑을 나누는 것이 제가 바라는 삶의 그림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아직 스스로를 알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기도 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의 필요성을 느끼곤 있어요.
이런 생각들을 모아 정리한 2025년, 올해의 목표를 공유하며 회고를 마쳐요.
- 매일 감사하고 사랑하기
- (2024년 상반기 목표였던) 과정을 즐기기
- 두껍다고 도망쳤던 책인 '사회심리학' 읽기
- 올해도 상반기, 하반기 회고 나눠서 하기
- 풀코스 4시간 30분 이내로 주파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