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tin'

도움이 되지 않는 달리기는 없다

2024-08-04 at Review category

2024년 상반기 회고

‘대단한 사람은 글을 읽고, 위대한 사람은 글을 쓴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사실은 거짓말인데요. 저는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위대한 사람도 아니지만 언젠가는 되고 싶기에 상반기 회고가 이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이런 거짓말을 해봤습니다.

독서

7월인 지금까지 읽은 책은 10권, 읽고 있는 책은 2권이 있습니다.

이중 블로그에 올린 책은 4권밖에 되지 않는데요. 왜냐하면 6권은 삼국지였기 때문입니다.

삼국지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가 되지 말고, 삼국지를 3번 읽은 사람과는 싸우지 말고, 10번 읽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마라’라는 유명한 말(사실은 출판사에서 만든)이 있는데요.

저는 부끄럽게도 삼국지는 유튜브로 접한 게 전부였습니다. 다른 사람과 친구는 되고 싶기에 설 연휴에 이문열 삼국지 전권인 10권을 사 읽기 시작했습니다.

재미는 있으나, 생각보다 빠르게 읽어지지도 않았고 여러 스터디를 병행하다 보니 우선순위에 계속 밀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스터디

스터디 그룹

작년 말부터 지인들과 개발 서적을 정해 스터디하고 있는데요. 아직 두 권밖에 진행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경험이 좋습니다.

같이 하는 지인분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데, 만약 아니라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개발 서적 스터디도 그렇고, 다른 책을 읽을 때에도 가장 좋은 점은 ‘내가 모른다는 것조차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기억의 자연도태가 쉽게 일어나는 사람이기에 금방 까먹는데요. 그럴 때마다 블로그나 깃허브에 제가 정리해뒀던 걸 다시 꺼내 읽는 경험이 참 좋습니다. 여러 번 꺼내보다 자연스럽게 외워졌을 때의 기분은 죽기 전까지 느끼고 싶은 기분입니다.

처음은

‘기억의 자연도태’를 언급해 생각난 또렷한 기억이 있습니다.

저라는 인간이 처음 자발적으로 책을 읽었을 때의 기억인데요. 나이는 대략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책은 추리 소설이었는데요. 글로만 이루어진 책을 읽어 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랐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어떻게는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내용을 읽고 그쳐야 하나? 전부 기억해야 하나?’의 선택인데요.

저는 전부 기억하는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주인공의 차가 우회전하고 좌회전하는 순서, 어떤 건물에 누구를 만나러 갔는지 등 소설의 내용 전부를 외워야 하는 줄 알았고, 모두가 그렇게 읽고 있는 줄 알았어요.

물론 제 두뇌가 그렇게 비상하지 않기에, 이 방법으로 완독은 물론 20쪽도 읽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책을 처음 읽었을 때처럼, 저는 아직도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들을 모르는,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어려운 경험들이 종종 있습니다.

운동 신경이 없어 몸으로 하는 것들은 물론, 새롭게 접하는 패러다임, 도구들 모두 제가 직접 몸으로 겪지 않는 이상 심적 표상이 잘 잡히지 않으며,

다수의 사람들이 관성적으로, 당연하게 행하고는 하는 행동들에 의구심 혹은 반골 기질이 돋습니다.

그럼에도 (부끄럽지만) 나름 장점으로 생각하는 점은, 한 번 궤도에 오르면 학습과 실행의 러닝 커브가 가파른(라고 생각하는) 것과 반복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쉽게 ‘왜’에 대한 질문으로 종종 근원에 다가간다는 것입니다.

프로

현재 직장에 근무한지 13개월이 되었습니다.

원래 같이 개발하던, 제게 직장인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신 동료분이 퇴사하셔서 혼자 개발한지는 반 년이 가까이 돼가고 있어요.

회사 차원에서는 사용할 칼이 하나밖에 없어서 일 수 있지만, 여러 기능 개발과 유지 보수를 능력에 미치는 선에서는 척척해나가고 있다고 체감합니다.

처음에는 진흙에서 진주를 찾는 것 마냥 휘적이기만 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미래의 빚을 더는 방법은 무엇일지, 어떤 행동이 돈을 벌어다 주는 행동일지 고민하는 것이 익숙해졌습니다. 물론 물을 더 맑게 만들 방법은 많겠지만요.

책임감

처음 출근했을 때부터 저는 프로이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단순히 개발을 잘하고, 일정을 잘 지키고, 버그가 없는(없을 수 없지만)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이 프로인 줄 알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프로가 되는 조건은 ‘책임감’인 것 같습니다.

(고용주를 포함한) 사용자에게 가치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야 직업으로서 프로 개발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후에는 단순히 ‘업’이 아닌 즐기는 자세와 자부심을 갖는 것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하곤 합니다.

달리기

올해 초에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제 유산소 운동 능력이 한국인을 100명이라고 쳤을 때 100등인, 재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유전자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물론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를 잘하지 못했고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약간의 독기도 생겼는데요. ‘그럼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연도 상반기의 업무 시간 외에는 주로 달리며 보냈습니다.

마라톤

4월 달에는 42.195km,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는데요.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취미로 삼은 9월부터 약 8개월의 성과라고 말하고 싶지만, 기록이 좋지는 못해 아직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운 기록이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 달에 못해도 100km, 많으면 200km까지 뛰어다녔는데요.

마일리지에 비해 아직도 지독하게 못 달리는 모습을 마주하는 매일마다 유전자는 절대 무시하지 못함을 체감하곤 합니다.

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꼭 해야 하는 훈련이 있는데요. LSD입니다.

LSD는, Long Slow Distance의 약어로써 긴 거리를 천천히 뛰는 훈련입니다.

이 훈련을 할 때면 쉽게 여러 가지 생각에 빠져들곤 합니다. 그중에서 저에게 가장 쉽게 드는 생각은 지금 ‘왜’ 달리고 있는지 자문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마라톤을 신청해두어서, 좋은 기록을 달성하고 싶어서, 달릴 때 분비되는 도파민 때문이 아닌, 조금 더 거시적인 이유가 내 속에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쉽게도 그 이유를 제 스스로 찾아내진 못했는데요. 어렴풋이 책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달린다는 행위가 몇 가지 '내가 이번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표상하는 듯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p.186)”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위 문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문장을 통해 이어진, ‘내가 이번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은 성장과 증명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전적인 한계를 극복해 성장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계속해 증명해 나감으로써 ‘더 멋진 사람’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더 멋진 사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다가가는 길은 계속해서 바뀌겠지만 지금은 그렇다는 것입니다.

근원

다시 업무 이야기로 돌아와, 많은 사람들이 입사하고 퇴사하는 과정에서 계속해 남아있는 저에게 더 많은 권한과 자율성 그리고 책임감이 부여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안 그래도 매우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환경이지만, 유일하게 ‘프론트엔드 개발’을 담당하는 팀원이 되었고 늘어난 도메인 지식 덕분에 활약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체감을 합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하는데요. 위에서 언급한 ‘왜’를 질문하며 종종 근원에 다가가는 경험을 해 효능감을 느끼곤 합니다.

간단함

여러 정책과 행동 흐름이 있는 기능을 개발할 때는 모든 경우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이 쉽게 복잡해지곤 하는데요.

제가 쉽게 귀찮음을 느끼는 덕분인지, 간편함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자각하곤 했습니다.

도메인이 익숙해지다 보니 문제를 정의하고 겹치는 행동을 간소화하는 생각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다가오곤 합니다. 물론 굉장히 좁은 영역에서 발현된 경험이지만, 조금이나마 성장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지 않을까 생각해 기분이 좋았던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주 업무인 개발을 할 때도 마찬가지인데요.

제 두뇌 용량의 한계로 인해 단 번에 적절히 추상화되어 있으며, 재사용성을 보장하고, 변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좋은’ 코드를 작성하기 힘든, 어려운 요구사항을 상반기에 만나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우연찮게 찾을 수 있었는데, ‘완벽하지 않게 작성하기’입니다.

생각의 흐름 또는 요구 사항의 흐름을 명령형으로 죽죽 적어나가 일단 작동하게만 만든 다음에, 이후에 코드 스멜을 맡아 적절히 개선하는 방법입니다.

부끄럽지만 코드라는 알파벳 덩어리를 적어온 지 10년이 좀 넘게 되어서, 개선할 지점이라고 생각되는 곳의 냄새를 못 맡지는 않는다 생각합니다.

이런 저에게 복잡함을 지독한 간단함으로 먼저 해결하는 방법은 유효하게 작용했던 경험으로 생각돼 앞으로도 종종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쌓인 경험에서 얻게 되는 시야와 일단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상반기였습니다.

이전 목표 돌아보기

-12권 읽기
- 마라톤 풀코스 완주하기
- 상반기, 하반기 회고 나눠서 하기
- 기술 부채 청산을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하기
- 내가 좋아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 이상 하기
- 단계별 목표를 통해 더 목표 지향적으로 생각하기

연말에 작성했던 올해의 목표입니다.

대부분 달성하였거나, 순조롭게 달성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중에서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 이상 하기

지인이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을 보았는데요. ‘gitanimals’라는 깃허브 활동 기반의 게이미피케이션이 가미된 서비스입니다.

업으로서 개발을 하다 보니 개발 자체를 즐겼던 저를 찾기 힘들어졌었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오랜만에 어떤 것을 개발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재미와 함께, 다른 사람과 협업하며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잊고 있었던 감각들을 느낄 수 있었기에 함께 개발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습니다.

아쉽게도 왕복 4시간에 육박하는 출퇴근 시간, 마라톤 준비라는 핑계로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진 못하지만 업무 외로의 개발이 환기가 될 수 있는 사람임을 다시금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단계별 목표를 통해 더 목표 지향적으로 생각하기

어느샌가 측정할 수 없는, 궁극적인 목표만을 지향하며 살아왔습니다.

작년에도 동일한 문제를 느껴 목표를 세웠겠지만 자각하지 않으니 똑같은 6개월을 보냈습니다.

아직도 측정할 수 없는 추상적인 목표만이 떠오르는데, 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지고 이를 통해 제 생각의 폭을 넓히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반기는

누군가 저에게 겪었던 실패와 그 실패를 통해 어떤 것을 배웠는지 물어본다면, 저는 실패를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곤 합니다.

물론 어떤 것을 ‘실패’라고 정의를 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실패를 경험한 적이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도전적으로 살아오지 않았나라고 반문하신다면 그렇지 않다고 변명하고 싶지만, 어느샌가 달성할 수 있는 목표만을 세우진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아이

스터디원 중 한 분에게 저는 무엇인가를 배울 때, 아이같이 순수하게 궁금해서 공부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제가 지향하는 모습이라 기분은 좋았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고 있었기에 씁쓸한 기분도 공존했습니다.

업으로써 개발을 하지 않았을 때, 대회라는 목표가 없이 달릴 때는 지금보다 순수하게 과정을 즐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업으로 하는 개발, 마라톤의 LSD 훈련 모두 즐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결과는 항상 달콤하니 과정 자체를 즐기는 마음을 되새기는 하반기가 되고 싶습니다.

업으로써의 개발 그리고 개발 외적인 업무,

마라톤의 훈련 과정,

다양한 분야의 독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의견을 나누는 것

모든 행동이 의미가 있다고 믿으며,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심장으로는 이해하나 그때그때의 마음가짐이 잘 따라올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하반기의 도전적인 목표를 이것으로 세우고 싶습니다.

마치며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이키에서 만든 음성 코칭 프로그램을 이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노래와 나레이션의 음량 차이가 존재해 음량을 계속해 조절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는데요.

'모든 달리기는 도움이 된다'라는 것입니다.

달리다 보면 잘 뛰어지는 날도 있지만, 어느 날은 숨이 쉽게 차고, 다리가 무거우며, 날씨가 좋지 못하고, 목표했던 기록 또는 훈련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존재합니다.

그런 날에는 정신력의 부족, 지난날의 훈련 부족 등 자책하기 쉬워지는 저에게 위 문구는 큰 위로가 되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었습니다.

모든 달리기는 내일의 달리기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오늘의 모든 행동은 내일을 만드는 재료가 되며, 오늘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달리기'를 하기만 했다면 내일은 더 잘 달릴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더 잘 달리기 위해, 오늘의 달리기를 즐기며, 오늘의 결과에 크게 자책하지 않는 나날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yesungoh

Personal blog by hyesung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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