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내가 보내왔던 어떤 해 보다도 만족스럽고,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인간의 욕심이 그렇듯 더 많은 것을 바라고, 혹은 바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상
내 생각보다는 빠르게, 좋은 기회를 통해 취직하게 되었다.
물론 꿈에 그리던, 누구나 아는, 그런 회사는 아니지만 능력 있으며 열정적이고, 나를 인정해 주는 동료들이 있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내가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임은 틀림없다. 그렇기에 만족하며 근무하고 있다.
학생 때와는 다르게 정해진 근무 시간이 있다 보니 일상이 자리 잡았는데, 이 일상 덕분에 만족스러운 해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음은 평일의 내 일상이다.
- 아침에 일어나서 유산균과 타우린을 먹고 씻는다.
- 단백질 음료를 하나 챙겨 출근과 함께 먹는다.
- 좌석 버스에 앉아 좋아하는 앨범을 틀고 30분가량 책을 읽는다.
- 요즘에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노래를 주로 듣는다.
- 평균적으로 오후 8시까지 일한다.
- 점심 이후에 종합 비타민, 오메가 3, 인돌3-카르비놀, 타우린, 포스파티딜세린을 먹는다.
- 저녁 이후에 종합 비타민, 오메가 3를 먹는다.
- 퇴근하며 버스에 앉아 20분가량 책을 읽는다.
- 퇴근 이후에는 정신력이 부족해 오래 읽어지지 않는다.
- 도착해 루틴에 따라 웨이트를 하던가, 러닝을 한다.
- 이후에 단백질 음료를 하나 먹고, ZMA, 밀크씨슬, 루테인, 아르기닌, 크레아틴을 먹는다.
- 사이드 프로젝트, 스터디가 있다면 진행하고 없다면 좋아하는 영상물 시청과 함께 잠이 든다.
적다 보니 생각보다 길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 일상이다.
뇌 과학 책에서 본 이야기에 따르면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에는 정신력을 많이 소모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습관, 루틴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독서
작년 회고에서 정한 목표가 책 12권 이상 읽기였는데, 21권, 지금 읽고 있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22권으로 초과 달성할 수 있었다.
취직 전에는 집에서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았는데, 취직 이후에는 퇴근 이후에 집에서 책을 읽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적용한 방법이 일상에서 볼 수 있었던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출근 시간에만 읽고 퇴근 시간에는 피곤해서 읽지 못했는데,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 퇴근 시간에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회사에서 매주 수요일은 독서 모임 시간이 있어 자연스럽게 독서량을 챙길 수 있었다.
개선하고 싶은 점
이전부터 생각했던 2024년도의 목표는 내 나이(26) 만큼 책 읽기
이다.
근데 올해도 그랬듯, 권 수가 목표가 되다 보니 두꺼운 책(벽돌 책) 들에 손이 가지 않았다.
더 배우고 싶은 부분, 읽고 싶은 책들이 두꺼운 책들이라, 목표로써 권 수를 늘리기보다는 동일하게 12권을 목표로 하려 한다.
그렇지만 더 자주, 더 많이 읽고 조금 더 독서를 내재화하고 싶다.
건강
웨이트는 군대에서 시작해서 꾸준히 하고 있었지만 2023년은 더 건강하게 보냈다고 생각한다.
웨이트에 더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퇴근 시간이 헬스장이 닫은 시간일 때 간단히 하려고 시작했지만 재미를 느껴 계속하게 되었고 어느새 하프 마라톤까지 완주하게 되었다.
시작한 이후로 한 달 마일리지를 100km 조금 넘게 채우고 있고 이를 늘려서 더 멀리 그리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몸이 되고 싶다.
일상에서도 본 것처럼 영양제를 많이 챙겨 먹게 되었다. 원래 관심이 많은 분야였지만, 하나 둘 늘리다 보니 하루에 16알을 먹는 몸이 되어 버렸다.
의존적인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현대의 수혜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개선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더 챙겨 먹을 생각이다. 물론 먹은 이후로 컨디션이 좋은 느낌도 어렴풋이 존재한다.
개선하고 싶은 점
웨이트를 지금보다 열심히 할 때도 그랬고, 달리기에 심취해 있는 지금도, 그리고 영양제를 더 늘릴 생각을 하는 것도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마음이 강박이 되고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이 정신적으로 건강한가 묻는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
목표가 있어야 성취에 대한 고양감으로 이어지겠지만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나 생각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을 더 잘 구분해야 될 필요성을 느낀다.
1일 n커밋
1239일
하루도 빠짐없이 연속으로 커밋 한 날짜다.
이를 2023년 12월 말에 가족 여행을 가면서 중단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후련한 마음이 크다.
처음에는 매일 개발하는 것을 습관화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미 습관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커밋을 안 한다고 개발을 안 하는 것도 아닌 것, 100개의 커밋보다 더 큰 임팩트를 갖는 1개의 커밋이 있는 것처럼 의미 없음을 대략 1년 반 전부터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지금에서야 멈추게 된 이유는 아까움 때문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2년이 아까워서, 3년이 아까워서 의미 없는 행동을 했다.
그런 강박에서 벗어난 지금도 여전히 며칠 연속 커밋을 하고 있긴 하지만 더 편한 마음으로, 개발 자체를 더 즐길 수 있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와 마찬가지로 더 건강해진 것 같다.
좋았던 점들
국토대장정
국토대장정을 2022년 12월에 출발해서 2023년 1월에 완주하였다. 춥고 힘들고 배고픈 기억이 많지만 그래도 큰 자신감을 갖게 되며 더 나라는 사람을 잘 알게 되고, 차별화된 내가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디프만 대상
3개의 기수에 개발자로 참여하였으며, 2개의 기수는 운영진 활동을 병행하였다. 내 운 혹은 경험을 시험하고 싶은 마음에 매 기수마다 대상을 바라왔다. 다행히도 운과 경험 모두 따라주어 3개 기수 연속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연속 대상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그것보다 남은 사람들이 더욱 값지다.
이 인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때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라톤
10km 그리고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였다. 달리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2시간을 내지 달릴 수 있는 몸과 정신력이 되었다는 것이 기쁘다.
그것에 더해 업무 외에 새롭게 도전하고 노력할 영역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나라는 사람이 더 다채로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뿌듯한 감정이 든다.
오픈소스
2022년에 만들었던 블로그, 이력서 템플릿인 ‘Comet-land’가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내국인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해 주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추가적으로 인앱 브라우저에서 외부 브라우저를 여는 간단한 패키지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뜨겁진 않지만 만드는, 수정하는 그리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경험이 재밌어서 기억에 남는다.
아쉬웠던 점들
피드백
12월에 같이 일하는 동료, 프로젝트를 함께한 지인 등 다양한 사람에게 피드백 설문지를 돌렸다.
물론 가슴 따뜻해지고, 나도 몰랐던 내 장점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던 경험이지만, 내가 듣고 싶었던 내 단점들을 수집하지 못했다.
단점을 입력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 예측해 ‘내가 생각하는 단점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점이라는 워딩보다 피드백이란 워딩 사용하기’ 등 다양한 방법 등을 이용해 최대한 부담감을 더는 방향으로 설문지를 만들었지만,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년에 만들 설문은 더 나에게 도움 되는 자료를 많이 수집할 수 있도록 설계해 보아야겠다고 느꼈다.
안주
취직 이후에 내 삶 자체에 안주하게 되는 것을 느꼈다. 개발을 할 때도 ‘이만하면 된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라든지, 커리어를 계획할 때도 ‘노력은 이만큼만 하면 되는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라든지.
안주의 뿌리에는 내 목표에 대한 진정성이 떨어져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진정성이 떨어진 것이라면 목표 그 자체에 내가 공감하지 않는 것일지, 너무 먼 목표라 그런 것일지 잘 모르겠다.
만족감을 느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채찍질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계단식 목표를 정해야 더 나를 채찍질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다.
이전 목표 돌아보기
작년 회고에서 적은 목표는 다음과 같다
- 국토대장정 완주하기
- 12권 이상의 책 읽기
- 졸업하기 전에 취직하기
- 내가 재밌어하는 토이 프로젝트 1개 이상 만들기
- 내가 목표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방향성 있는 노력하기
너무 쉬운 목표를 정한 건지,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전부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목표
- 책 12권 읽기
- 마라톤 풀코스 완주하기
- 상반기, 하반기 회고 나눠서 하기
- 기술 부채 청산을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하기
- 내가 좋아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 이상 하기
- 단계별 목표를 통해 더 목표 지향적으로 생각하기
마치며
너무 만족스러운 한 해였지만, 그만큼 더 많은 것을 바라면서 나에 대한 불만이 나타났던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모든 사람이 그렇듯 내게도 존재하는 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더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보낼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문장으로 회고를 마친다.
낡은 보스턴백처럼 그것을 둘러메고, 나는 긴 여정을 걸어온 것이다.
좋아서 짊어지고 온 것은 아니다. 내용에 비해 너무 무겁고,
겉모습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군데군데 터진 곳도 보인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짊어지고 갈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메고 온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애착도 간다.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