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계기
저는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혹은 작가를 꼽으라면 '무라카미 하루키'를 매번 말하곤 합니다.
그의 작품은 흡입력이 좋고, 읽기 쉬운 문체를 띄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 읽지 못한 그의 문학이 많지만 이 책을 지금 읽게 된 이유는 '유니콘 기업인의 추천도서'라는 이미지를 접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리디주식회사의 배기식 님을 잘 알진 못합니다.
그러나 하루키의 책을 창업인이 추천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읽은 후 느낀 점
이 책은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같은 자전적 에세이 입니다.
책의 분류 외에 위 책과 많은 부분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은 '달리기' 그리고 '소설가'를 축으로 그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취미인 달리기를 대하는 자세, 업으로 삼고 있는 소설가를 대하는 자세에서 고집스러운 혹은 올곧은 프로 의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말해주는 '프로 의식', '일을 할 때 순수하게 느끼는 재미와 행복감', '본인으로서의 자부심', '목표', '도전의 필요성'은 우연하게도 지금 저에게 필요한 방향성 혹은 생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의 생각과 삶이 녹아든 작품들을 하루빨리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밑줄 친 문장들
- 소설을 한두 편 써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소설을 오래 지속적으로 써내는 것, 소설로 먹고사는 것, 소설가로서 살아남는 것, 이건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p.16)
- 내가 그때 발견한 것은 설령 언어나 표현의 수가 한정적이어도 그걸 효과적으로 조합해내면 그 콤비네이션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감정 표현, 의사 표현은 제법 멋지게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컨대 '괜히 어려운 말을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아름다운 표현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라는 것입니다. (p.50)
- '자, 이제부터 뭘 써볼까' 하고 생각을 굴립니다. 그때는 정말로 행복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뭔가 써내는 것을 고통이라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p.57)
- '참된 작가에게는 문학상 따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주 많다'라는 것이겠지요. 그 하나는, 자신이 의미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실감이고, 또 하나는 그 의미를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독자가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실감입니다. (p.72)
- (상을 받지 않아서) 그냥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건 제법 나쁘지 않은 일입니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p.75)
- 원천에 가 닿기 위해서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흐름을 타고 내려가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 폴란드 시인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 (p.103)
-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지, 그 개략은 처음부터 상당히 확실했습니다. '아직은 잘 쓰지 못하지만 나중에 실력이 붙기 시작하면 사실은 이러저러한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합당한 내 모습이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그 이미지가 하늘 한복판에 북극성처럼 빛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중략) 만일 그런 정점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곳곳에서 상당히 헤맸을 것라고 생각합니다. (p.105)
- 머릿속에 다양한 것을 그대로 척척 넣어두면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남을 것은 남습니다. 나는 그런 기억의 자연도태를 선호하는 것입니다. (p.124)
-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나 좋을 대로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자유인의 정의입니다. (p.150)
- 어떤 문장이든 반드시 개량의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아무리 '잘 썼다' '완벽하다'라고 생각해도 거기에는 좀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p.159)
- 뉴런의 수는 유산소운동을 통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중략) 막 태어난 뉴런에 지적인 자극을 주면 그게 활성화해서 뇌 내의 네트워크와 이어져 신호 전달 커뮤니티의 유기적인 일부가 됩니다. 즉 뇌 내 네트워크가 좀 더 확장되고 촘촘해지는 것입니다. (p.183)
- 달린다는 행위가 몇 가지 '내가 이번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표상하는 듯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p.186)
- 행운이란 말하자면 무료 입장권 같은 것입니다. (중략) 행사장 안에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재능이나 자질이나 기량의 문제고, 인간으로서의 기량의 문제고, 세계관의 문제고, 또한 때로는 극히 심플하게 신체력의 문제입니다. 어쨌든 그건 단순히 행운이라는 말만으로는 미처 다 처리되지 않는 사안입니다. (p.197)
- 육체적인 힘과 정신적인 힘은 말하자면 자동차의 양쪽 두 개의 바퀴입니다. 그것이 번갈아 균형을 잡으며 제 기능을 다할 때, 가장 올바른 방향성과 가장 효과적인 힘이 생겨납니다. (p.199)
-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없다면 나 혼자 즐기는 수밖에 없지 (p.270)
- 좀 더 팽팽하게 긴장된 환경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프런티어를 개척하고 싶다. 나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 (p.298)
- 새로운 프런티어에 도전하는 의욕을 항상 간직한다는 것은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포지션, 하나의 장소에 안주해서는 창작 의욕의 신선도는 감퇴하고 이윽고 상실됩니다. (p.311)